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는 현실과 예술, 타협과 자유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깊은 질문을 담고 있다. 안정된 삶을 살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술을 위해 떠난다. 그의 선택은 때로 이기적이고 냉혹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예술의 본질을 향한 열정과 진실이 담겨 있다. 이 글에서는 《달과 6펜스》를 통해 현실과 예술의 갈등,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의 내면, 그리고 우리가 현재 삶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탐구해 본다.
《달과 6펜스》가 보여주는 예술과 현실의 갈등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는다. 특히 예술가 지망생이나 창작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이 갈등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서머싯 몸이 창조한 찰스 스트릭랜드는 현실을 철저히 거부한 인물이다. 그는 런던에서의 안정된 직장과 가족이라는 모든 사회적 책임을 뒤로한 채, 예술을 위해 무모할 정도로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다.
그가 선택한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족을 버리고, 친구와 사회적 관계를 끊고,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그림만을 좇은 그의 삶은 많은 사람들의 도덕적 기준에서는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창작의 욕망에 충실했다. 이는 예술이 무엇인지, 왜 어떤 이들은 현실을 모두 버리면서까지 예술에 몰입하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오늘날의 우리는 스트릭랜드처럼 모든 것을 버릴 수 없다. 하지만 《달과 6펜스》는 우리가 예술적 열망을 억누르고 현실에만 집중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을 던진다. 현실과 예술은 반드시 대립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면, 두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하는 것일까?
찰스 스트릭랜드는 이기적인 인물일까?
《달과 6펜스》를 읽은 독자라면 대부분 찰스 스트릭랜드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는 가족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떠났으며, 타인에게 무례하고 감정적 공감능력이 거의 없다. 사회적 도덕 기준으로 본다면 그는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는 단순히 이기적인 인간이라기보다는, 세속적인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예술적 본질만을 좇은 '순수한 창작자'에 가깝다.
그는 명성을 원하지도 않았고, 돈을 벌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다. 그는 상업적 성공이나 타인의 인정을 바라지 않았으며, 자신의 영혼이 명령하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이런 태도는 그 자체로 예술의 순수성에 대한 선언이기도 하다. 스트릭랜드는 결국 타히티라는 고립된 섬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작품은 후대에 걸작으로 남았다.
이러한 그의 삶을 통해, 우리는 '예술가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그가 진정한 예술가일까? 아니면 무책임하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일까? 스트릭랜드에 대한 판단은 독자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삶은, 예술의 순수성과 인간 본성의 이중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는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모두가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하고, 예술과 현실은 반드시 양자택일의 관계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첫째, 예술을 ‘취미’ 또는 ‘부업’으로 시작해 보자. 많은 이들이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예술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반드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만 예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둘째, 현실적인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릭랜드는 철저히 무계획적이었지만, 우리는 창작을 지속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 자산 관리, 시간 관리 등은 예술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셋째, 예술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은 직업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의미를 찾고 내면을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스트릭랜드처럼 극단적인 방식이 아니라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충분히 예술적 열정을 실현할 수 있다.
《달과 6펜스》는 예술을 위한 모든 것을 버리는 삶을 보여주지만, 오늘날 우리는 더 현명하게 예술과 현실을 조화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예술이라는 가치가 삶에서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결론: 스트릭랜드를 통해 삶을 돌아보다
《달과 6펜스》는 예술의 순수성과 현실의 무게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사회적으로는 용납되기 어려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갔지만,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열정과 헌신,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물론, 그의 선택이 모든 이에게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통해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고, 예술이라는 가치를 우리 삶에 어떻게 통합할지 고민할 수 있다. 현실과 예술, 그 사이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 있는 선택을 해 나가야 한다. 그 선택이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분명 가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