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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세 번째 이야기

by 바그다드까페 2025. 3. 13.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두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주인공 레누와 릴라라는 두 여성을 중심으로,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겪는 관계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그중 세 번째 권인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청춘이 끝나고 성인이 된 주인공들의 삶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레누는 성공한 작가로서 피렌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결혼과 육아의 굴레 속에서 자신을 잃어간다. 반면 릴라는 여전히 나폴리에 남아, 가혹한 노동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싸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 서사를 넘어, 사회적 격변 속에서 여성의 삶과 불안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개인이 처한 사회적 위치가 어떻게 삶을 결정짓는지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세 번째 이야기

나폴리에서 피렌체까지 – 레누와 릴라의 대조적인 여정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작가로 성공하는 레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 레누(엘레나)와 릴라가 중년에 접어들면서 경험하는 변화와 도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미쳐온 두 여성이 이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복잡한 관계를 유지한다.

레누는 나폴리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싶어 했고, 마침내 작가로서 성공하며 피렌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녀는 명문가 출신의 대학교수 피에트로와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과 육아에 얽매여 자신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낀다. 작가로서 성공한 듯 보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싶지만, 가정에서 요구하는 역할과 사회적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갈등을 겪는다. 남편 피에트로는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지닌 인물로, 레누가 집안일과 육아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레누는 자신이 원하는 삶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결국 자신의 길을 다시 찾으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반면, 릴라는 나폴리를 떠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강렬한 개성과 날카로운 지성을 지닌 릴라는 항상 레누와는 다른 선택을 해왔다. 그녀는 부유한 스테파노와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결국 남편을 떠난다. 이후 릴라는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햄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게 된다. 공장의 노동 환경은 비참할 정도로 열악했고, 여성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착취당했다. 그러나 릴라는 이러한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노동운동에 참여하면서 부당한 대우에 맞서기 시작한다. 그녀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바꾸려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두 여성의 성장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맥락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그려낸다. 레누와 릴라는 마치 용수철처럼 서로에게서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기를 반복한다. 두 사람은 때로는 서로를 질투하고, 때로는 깊이 의지하며, 또 때로는 강한 애증의 감정을 드러낸다. 한 사람이 성장하면 다른 사람도 영향을 받고, 한 사람이 무너질 때 다른 사람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한 개인의 삶이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역사적 변화 속에서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레누와 릴라는 서로 다른 선택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온전히 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투쟁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여성으로서의 삶, 사회적 계급의 문제, 그리고 인간관계에서의 복잡한 감정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범죄와 폭력, 역사와 개인의 삶이 교차하다

작품 속에는 1960~70년대 이탈리아의 정치적 격변과 사회적 변화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투쟁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특히 계급투쟁과 정치적 혼란,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범죄의 그림자가 작품 전반에 걸쳐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

릴라는 극심한 빈곤과 부당한 노동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햄 공장에서 하루 종일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단순히 힘든 노동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용주의 착취와 가혹한 대우를 감내해야만 한다. 공장의 사장은 노동자들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대하며, 저항하는 자에게는 가차 없는 처벌을 내린다. 릴라는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었고, 노동조합에 가입해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투쟁에 나선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강한 벽에 부딪힌다.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협박을 받기도 하고, 동료 노동자들조차 두려움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릴라는 외롭게 싸운다.

이러한 노동운동과 더불어, 작품 속에는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폭력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당시 이탈리아는 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던 시기였고,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 세력이 충돌하며 곳곳에서 시위와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기도 하고, 정치적 신념이 다른 이들 사이의 갈등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릴라는 사회 구조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는 한 개인으로 성장해 간다. 그녀는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나폴리라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긴다.

릴라뿐만 아니라, 레누 또한 이러한 역사적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녀는 나폴리를 떠나 피렌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고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인해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은 여전히 나폴리에서 정치적, 사회적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그녀가 아무리 멀리 도망쳐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현실임을 상기시킨다.

페란테는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통해 단순히 두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사회와 시대적 배경이 그들의 운명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개인의 선택과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적인 메시지 중 하나다. 릴라와 레누의 삶은 그들의 의지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과 정치적 혼란,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구조적 요인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린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개인의 이야기와 역사의 흐름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페란테는 이 소설을 통해 당시 이탈리아의 사회상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그 안에서 한 개인이 겪는 혼란과 갈등,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이러한 점에서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여성 서사를 넘어,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는다.

여성의 정체성과 페미니즘적 시각

소설 속 여성들은 다양한 형태의 억압을 경험하며, 그에 맞서 저항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가부장제, 계급 차별, 노동 환경의 착취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성들의 삶을 규정하고 제한하지만, 그들은 이에 순응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엘레나 페란테는 이 작품을 통해 여성들이 겪는 현실과 사회적 구조 속에서의 투쟁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단순히 피해자로서의 여성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레누는 어린 시절부터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야망이 강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교육을 통해 나폴리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성공했고, 작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는 그녀의 삶을 제한하는 또 다른 족쇄가 된다. 그녀의 남편 피에트로는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치관을 지닌 인물로, 아내가 집안일과 육아에 집중하길 원한다. 레누는 남편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정에서 요구하는 역할과 개인의 열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모습은 당시 많은 여성들이 겪었던 현실을 반영한다.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가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는 레누에게 강한 부담으로 작용하며, 그녀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한다.

반면, 릴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부장제와 싸운다. 그녀는 나폴리에 머물며,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햄 공장에서 노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은 매우 가혹하다. 공장의 작업 환경은 비인간적이며,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통제받는다. 릴라는 이러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동료 여성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노동운동에 참여한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은 종종 사회적 권력 구조 앞에서 좌절된다. 노동조합조차도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며,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로 남아 있다. 하지만 릴라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녀는 컴퓨터를 배우며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등 기존의 억압적 구조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레누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직접 경험하지 않지만, 여성 해방 운동을 접하면서 여성의 위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 그녀는 페미니즘 이론과 여성운동에 관심을 가지며, 점차 자신의 삶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들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그룹에서 활동하면서 그녀는 또 다른 실망을 경험한다. 이들은 이론적으로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공허한 논쟁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레누는 이러한 모순을 인식하며, 단순히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여성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방식으로 여성의 삶을 탐구하며, 작가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변화의 방법임을 깨닫는다.

이처럼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페란테는 여성들이 어떻게 억압적인 사회 구조에 맞서고, 저항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릴라는 노동자로서 현실 속에서 투쟁하며, 레누는 지식인으로서 여성의 위치를 고민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이들의 모습은 여성들이 사회적 희생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존재임을 보여주며, 여성 서사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페란테는 이 작품을 통해 여성들이 단순히 억압받는 존재가 아니라, 저항하고 성장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릴라와 레누의 서로 다른 방식의 투쟁은 독자들에게 여성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적 문제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레누와 릴라 – 서로의 삶을 살다

레누와 릴라는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단순한 친구 관계를 넘어, 서로의 삶을 투영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였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도 이들의 관계는 더욱 깊고 복잡하게 전개된다. 한 사람의 선택과 변화가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반영되듯, 이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서로를 의식하고, 비교하며, 때로는 동경하고 때로는 질투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레누는 어린 시절부터 릴라를 동경했다. 릴라는 지적인 능력이 뛰어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달랐다. 비록 가난한 환경과 가정의 억압 속에서 성장했지만, 그녀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태도는 언제나 레누에게 자극이 되었다. 그러나 레누가 릴라를 바라보는 감정은 단순한 존경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릴라에 대한 질투와 경쟁심을 동시에 느꼈고, 이러한 감정은 그녀가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레누가 첫 소설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상 어린 시절 릴라가 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릴라는 정식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문장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는 레누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레누의 성공은 그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릴라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대로 릴라는 레누의 성공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 나간다. 그녀는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사회적 환경과 가부장적 억압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길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 나폴리를 떠난 레누와 달리, 릴라는 그곳에 남아 현실과 타협하며 생존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히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노동자로서, 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자 노력한다. 햄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컴퓨터를 배우고, 노동운동에 참여하며 자신의 지적인 능력을 사회적 변화로 연결하려고 한다.

이들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 요소 중 하나는 니노를 둘러싼 감정의 혼란이다. 니노는 레누가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인물이지만, 한때 릴라와 연인이었던 적도 있었다. 레누는 니노에게 끌리면서도, 그 감정 속에는 릴라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니노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릴라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자신이 차지함으로써 릴라를 넘어선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는 레누가 릴라를 질투하면서도 닮고 싶어 했던 감정과도 연결된다. 레누는 니노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지만, 결국 니노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혼란에 빠진다. 릴라는 이러한 레누의 감정을 단번에 간파한다. 그녀는 레누가 니노와 함께하려는 선택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며, 그녀가 결국 상처받을 것임을 예견한다. 릴라는 레누에게 “너는 바보야. 니노는 너를 이용하고 떠날 거야.”라고 단언하며, 그녀가 감정에 휩쓸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친구 간의 조언이 아니라, 오랜 세월 서로를 지켜봐 온 두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레누와 릴라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하고, 영향을 받으며, 때로는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한 사람이 앞서 나가면 다른 사람도 따라가야 하고, 한 사람이 실패하면 다른 사람도 그 아픔을 공감한다. 이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통해, 엘레나 페란테는 여성 간의 유대와 경쟁, 동경과 질투가 얽힌 깊은 감정선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결론: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그리고 페란테의 문학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단순히 레누와 릴라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역사와 사회적 변화, 여성의 정체성과 불안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레누와 릴라는 서로 다른 삶을 선택했지만, 결국 서로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레누는 릴라에게 의존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릴라는 레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들의 관계는 끝없는 충돌과 화해, 질투와 애정으로 얽혀 있으며, 이는 여성 간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역동적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1970년대 이탈리아 사회의 격변을 배경으로, 정치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여준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여성해방운동 등이 활발하던 시대 속에서, 레누와 릴라는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와 도전에 맞선다.

엘레나 페란테는 '나폴리 4부작'을 통해 독자들에게 여성의 삶과 우정, 사회적 억압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녀의 문학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레누와 릴라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삶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