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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 vs 고갱의 삶, 무엇이 같고 다를까?

by 바그다드까페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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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는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한 남자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실존 화가 폴 고갱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인물로, 그의 이야기는 예술과 현실의 대립, 인간 내면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소설 속 스트릭랜드와 실제 폴 고갱의 삶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두 인물은 유사한 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존재한다. 본 글에서는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와 폴 고갱의 삶을 비교하며, 이들이 추구했던 예술과 삶의 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찰스 스트릭랜드와 폴 고갱 –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다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평범한 증권 중개인으로 살다가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술을 향해 떠난다. 그는 런던을 떠나 파리로 가고, 이후 타히티에서 그림을 그리며 생을 마감한다. 이는 실제 화가 폴 고갱의 삶과 매우 유사하다. 폴 고갱 역시 한때 증권 중개인이었으며, 결혼 후 가정을 꾸리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갑작스럽게 그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고, 직업과 가족을 떠나 예술가의 길을 걷는다. 고갱은 처음에는 파리에서 활동했지만, 점점 유럽 문명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더 자유로운 창작을 위해 타히티로 떠난다.

이처럼 스트릭랜드와 고갱은 모두 안정된 삶을 버리고 예술을 선택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소설 속 스트릭랜드는 가족을 떠난 후 가난과 병마 속에서도 끝까지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며 고독한 예술가로 살아가지만, 실제 고갱은 종종 주변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경제적 지원을 받기도 했다.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 vs 고갱의 삶, 무엇이 같고 다를까?

예술을 향한 태도 – 순수한 창작 vs 사회적 비판

스트릭랜드는 소설 속에서 순수한 예술적 충동의 화신이다. 그는 예술 외에 그 어떤 것도 관심이 없고, 심지어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평가받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그리고 싶기 때문에 그리는' 인물이다. 그의 예술은 본능적이며 원초적이다. 이는 죽음을 앞두고 창조한 타히티의 벽화에서도 드러난다. 이 벽화는 외부의 평가와 무관하게 그 자신의 세계관과 미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반면 고갱의 예술은 사회적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 식민주의에 대한 성찰,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 등을 담아낸다. 그의 대표작인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그 자체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사회와 인간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고갱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며, 예술을 사회와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다.

이러한 차이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관점 차이를 보여준다. 스트릭랜드는 순수 예술을 추구한 ‘절대 고립된 예술가’의 상징이며, 고갱은 예술과 사회를 연결 짓고자 한 현실적인 예술가였다. 이는 오늘날 예술가들이 겪는 딜레마—예술의 순수성 vs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인간관계와 삶의 방식 – 완전한 고독 vs 예술가 공동체

소설 속 스트릭랜드는 극단적으로 인간관계를 단절한 채 살아간다. 그는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그는 병에 걸려 죽음이 다가와도 끝까지 혼자 남기를 선택한다. 이는 그가 예술을 위해 인간적인 삶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폴 고갱은 여러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다. 특히 빈센트 반 고흐와 함께 생활하며 예술적 영감을 공유한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고갱 역시 타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많았으며, 종종 괴팍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었지만, 그는 완전히 사회에서 단절된 인물은 아니었다. 또한, 스트릭랜드는 타히티에서 극도로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았지만, 고갱은 현실적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품을 판매하고 후원자를 찾으려 했다. 그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면서도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는 점에서 스트릭랜드와 차이가 있다.

결론: 소설과 현실, 그리고 예술가의 삶

소설의 찰스 스트릭랜드와 폴 고갱은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인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지만, 그들의 삶과 예술적 태도에는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스트릭랜드는 순수한 예술적 충동에 따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며, 사회적 관계와 경제적 성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며, 타인의 도움을 거부한 채 극도의 고독 속에서 창작을 지속하다 생을 마감한다. 반면, 고갱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을 추구했으며, 때로는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후원자들을 통해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며 활동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서구 문명을 비판하고 타히티의 원주민 문화를 조명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 

이 비교를 통해, 스트릭랜드는 극단적인 예술가로서의 이상형을 보여주는 인물이고, 고갱은 실제 역사 속에서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타협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서머싯 몸은 『달과 6펜스』를 통해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예술가의 모습을 창조해 냈다. 반면, 폴 고갱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살아갔으며, 그의 삶은 단순히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화가’라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요소를 지닌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스트릭랜드의 삶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고민할 수 있으며, 폴 고갱의 실제 삶과 비교하며 예술과 현실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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