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은 프랑스 문학뿐만 아니라 전 세계 현대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카뮈의 부조리 철학을 문학적으로 가장 집약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인공 뫼르소는 기존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틀이나 감정적 반응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내면과 감각에 따라 살아간다. 그는 세상의 규범이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국 사회로부터 ‘이방인’으로 낙인찍힌다. 이 글에서는 『이방인』이 전달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살펴보며,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찰해 본다.
감정을 배제한 주인공, 뫼르소는 왜 이방인이 되었을까?
『이방인』의 첫 문장은 문학사에서 손꼽히는 인상적인 도입부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주인공 뫼르소의 태도와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며, 감정적 동요 없이 장례식을 마친 후 일상으로 복귀한다. 많은 독자들은 그의 이런 태도에 당혹감을 느끼지만, 뫼르소는 억지 감정 표현을 거부하며 내면의 솔직함을 택한다.
이러한 태도는 그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요인이 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정 표현이 진심의 척도라고 믿는다. 가족의 죽음 앞에서의 눈물, 슬픔, 애도는 인간다움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그러나 뫼르소는 이러한 기대에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의 오해와 비난을 받는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인물이 아니라, 단지 ‘느끼지 않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이 점에서 뫼르소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무수히 많은 감정을 연기하며 살아간다. 직장에서, 가족 앞에서, 사회 속에서 ‘적절한’ 감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은 때때로 진심과는 다르며,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연기일 수 있다. 뫼르소는 그러한 위선을 거부하고 솔직함을 선택한다. 그로 인해 그는 사회로부터 ‘이방인’이 되고 만다.
법정 장면은 이 같은 사회적 규범의 강요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뫼르소의 재판은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보다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보인 무감각한 태도에 초점이 맞춰진다. 사람들은 그가 ‘비정상적인 감정’을 가졌다는 점을 더 큰 죄로 여긴다. 이는 사회가 얼마나 강력하게 감정 표현의 기준을 규정하고, 그것에 따르지 않는 이들을 배제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부조리한 삶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방인』의 핵심 사건은 뫼르소가 해변에서 아랍인을 총으로 살해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카뮈의 부조리 철학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으로, 뫼르소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동기조차 제시되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뜨거운 태양빛과 현장의 분위기 속에서 총을 발사하며, 이후에도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여기서 우리는 카뮈가 제시한 ‘부조리’라는 개념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부조리는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열망과, 그러한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 사이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뫼르소의 행동은 명확한 인과관계를 따르지 않으며, 그의 삶은 무의미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구성된다. 이것이 바로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의 본질이다.
보통 우리는 모든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으며, 모든 행동은 논리적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삶은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이 일어나며, 인간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선택을 해야 한다. 뫼르소는 그러한 선택 앞에서 이유를 찾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이 장면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종종 감정이나 이유 없이 상황에 휘둘리며, 그 결과로 인해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가? 카뮈는 그 해답으로 ‘삶 자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제시한다. 뫼르소처럼 명확한 의미 없이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 『이방인』이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
소설의 마지막에서 뫼르소는 결국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 채 자신의 마지막을 기다린다. 그는 처음에는 죽음을 부정하고 두려워하지만, 점차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단계에 이른다. 종교적 구원에도 기대보지만, 결국 그는 신의 존재를 거부하고, 오직 자신만의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태도는 카뮈의 철학적 사유가 집약된 또 다른 저작 『시지프 신화』와 맞닿아 있다.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이 무의미하더라도, 그 무의미함을 인식하고 스스로 삶을 긍정할 때 비로소 인간은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뫼르소는 자신의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삶의 끝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어떤 자유를 체험한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나는 이 세상이 나처럼 무관심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이 문장은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요약하는 말이다. 세계는 인간에게 의미나 목적을 제공하지 않는다. 인간은 그런 세계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뫼르소는 끝까지 그런 의미를 강요받지 않으며, 오히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수용한다. 그리고 그 수용이야말로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한 인간의 승리’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죽음이라는 절대적 진실 앞에서 종종 무력함을 느낀다. 그러나 뫼르소처럼 죽음을 직시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뫼르소는 우리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그 죽음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라’는 깊은 철학적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단순한 소설 이상의 가치를 지닌 철학적 문학작품이다. 감정을 억지로 연기하지 않는 뫼르소의 삶, 명확한 동기 없이 저지른 살인, 그리고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는 모두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추구하지만, 때때로 그런 의미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실패나 절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미를 강요받지 않고, 그 부재조차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태도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자유일 수 있다. 『이방인』은 그런 점에서,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사유를 안겨주는 작품이다.